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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인 라이프스타일, 장수의 비밀

by lovechim 2023.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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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를 사는 사람들

우리나라 백세인(百歲人)들은 하루 평균 9시간 잠을 잤으며, 절반 이상(54%)은 매일 낮잠을 즐겼다. 백세인 라이프 스타일의 공통점은 기상부터 취침까지 매일 ‘시계같이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같은 사실은 박상철(朴相哲·53) 서울대 의대 교수의 체력과학노화연구소와 조선일보 취재팀이 전국의 백세인 72명을 인터뷰해 이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분석한 결과 드러났다.
백세인의 21%는 1주일에 2~3번 이상 술을 마시고 있었으며, 13%는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박상철 교수는 “100세가 넘도록 음주·흡연을 하는 장수인이 있지만, 애당초 술을 안 마신 백세인이 77%였으며, 백세인의 3분의 2는 담배를 피운 경험이 없다”고 말했다. 백세인의 3%는 나이가 들면서 술을 끊었고 21%는 금연(禁煙)을 했다. 대다수 백세인(94%)은 보약을 먹는 등 장수를 위해 특별한 건강관리를 한 적이 없었다. 냉골에선 자지 않는 등 언제나 몸을 따뜻하게 보호했다는 것도 특징이었다.

시계처럼 살았다

서울 서대문구 이달성(100) 할아버지는 규칙적인 생활에서 장수 비결을 찾는다. 담배도 매일 2~3개비를 피우고 약주도 간간이 마신다. 그러나 할아버지의 하루 일과는 시계에 가깝다. 오전 6~7시 일어나 신문을 1시간쯤 읽는다. 이 할아버지는 오전 8시30분~9시 아침식사를 시작해 30분쯤 항상 맛있게 음식을 든다. 식사 뒤 꼭 변을 보는 할아버지는 “매일 아침 화장실에 가는 것이 오래 사는 비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시계가 오전 9시30분을 가리키면 꼭 외출을 한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설 명절 세배를 받은 뒤에도 이 할아버지는 집에서 5분쯤 떨어진 조그만 정자나 10분 거리에 있는 아파트 노인정으로 출근한다. 그는 동네 노인들과 장기나 바둑, 고스톱을 즐기다가 낮 12시 ‘땡’ 소리가 나면 집으로 돌아온다. 며느리 김성수(52)씨는 “최근엔 노인정에서 점심을 드실 때도 있지만 12시 정각에 아버님이 들어오지 않으면 시계를 의심한다”고 말했다.
점심은 주로 분식이다. 빵과 우유, 라면·국수·자장면을 좋아한다. 한번 더 외출을 한 뒤 오후 4시쯤 돌아와 여름에는 냉수욕을 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물에 손발을 닦는다. 오후 5시 뉴스와 오후 6시 방송되는 지역소개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할아버지는 오후 6시30분이면 어김없이 저녁을 먹는다. 세끼 식사 시간이 휴일이나 일요일에도 변화가 없기 때문에 가족들이 볼멘소리를 낼 때도 있다. 손녀인 이춘상(24)씨는 “학교 다닐 때 늦잠 한번 못 자봤다”고 말했다. 취침 시각은 오후 9시.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할아버지는 한자나 알파벳을 외우며 끊임없이 머리를 쓴다. 그는 10년 전 전립선암(癌)이라는 진단을 받은 뒤 레이저 수술과 약물 치료를 받았다. 이 할아버지는 “규칙적인 생활 덕분에 암 치료를 받고도 지금까지 건강한 것 같다”고 밝혔다.
 
전남 구례군의 김화유(103) 할머니는 혼자서 20여평의 텃밭을 가꾸며 생활하고 있다. 김 할머니는 “보약을 왜 먹나, 밥 세끼를 꼬박꼬박 먹으면 보약이지”라며 “매일 밭에 나가고 오후에 1시간쯤 낮잠을 자는 게 장수 비결”이라고 말했다.
 
전남 곡성군의 오양례(94) 할머니는 청결하기가 젊은 사람 뺨친다. 오 할머니는 “하루에도 두 번씩 집안 청소를 해야 직성이 풀린다”고 했다. 그는 항상 오전 6시에 일어나 요강을 닦고 세수를 한 뒤 며느리가 차려오는 밥상을 기다린다. “테레비(TV) 없이 어찌 사냐”는 할머니는 매일 TV 연속극을 보다가 밤 10시쯤 잠자리에 든다. 강원도 화천군의 A(96) 할아버지는 비가 오면 밭에서 일하는 대신 방안에서 풀 뽑는 시늉을 한다. 할아버지는 “평생하던 일이라 방에 있어도 나도 모르게 손을 놀리게 된다”고 말했다.
 
전남 곡성군의 신철현(91) 할아버지는 한 여름에도 긴팔 옷에 무릎까지 오는 두루마기를 입고 있었다. 그는 “몸을 항상 따뜻하게 한다”고 말했다. 박상철 교수는 “대다수 백세인들은 냉골에선 자지 않는다”며 “몸이 따뜻해야 관절이 상하지 않아 활동하는 데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초고령자의 경우, 갑자기 뼈나 관절을 다쳐 움직이지 못하면 신체 기능이 급격하게 떨어질 때가 많다고 한다. 백세인의 57%가 종교가 있다는 사실도 눈에 띈다. 한경혜(47) 서울대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종교는 심리적 안정을 가져오고 이는 정신 건강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절주(節酒)·금연(禁煙)하라

강원도 양구군의 박수길(92) 할아버지는 30년 전부터 술·담배를 일체 끊고 조심스럽게 생활했다고 한다. 박 할아버지는 “술 자리를 하지 않으니까 친구들은 많이 없어졌지만, 젊었을 때 술을 많이 했던 친구들은 대부분 세상을 떴다”고 말했다. 강원도 고성군의 김기준(97) 할아버지는 “술은 반주로 마시지만 소주 1~2잔씩 정해진 양만 마신다”고 밝혔다. 강원도 양양군의 박필란(99) 할머니는 담배는 이틀에 한 갑쯤 피우지만 술은 마시지 않는다.
 
최윤호(崔倫浩·40) 성균관의대 교수는 ‘금연·절주’를 강조했다. 담배 끊으려고 스트레스 받는 것보다 담배를 피우겠다는 사람도 있지만 담배는 무조건 끊어야 한다는 것이다. 술은 체질에 따라 조금 마셔도 괜찮다. 백세인 가운데 21%가 음주를 하지만, 65세 이상 노인의 음주 비율인 50%보다는 훨씬 낮기 때문에 술이 장수에 좋다는 식의 해석은 곤란하다고 한다.
 
최 교수는 “술은 위액 분비를 촉진하므로 고기 먹을 땐 소량의 술이 좋다. 술은 간도 손상시키지만 뇌도 망가뜨린다. 뇌 신경세포는 재생이 안 되기 때문에 노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 간이 처리할 수 있는 음주는 뇌에 큰 영향을 안 준다. 문제는 ‘잔 권하는 습관’이다. 우리나라 인구의 25%는 간의 알콜 분해 효소가 선천적으로 없다. 이런 사람들은 술 한 잔에도 괴로워한다. 억지로 술을 2~3개월 먹이면 술을 처리하는 ‘사이비 분해 방식’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사이비 분해 방식’은 알콜 분해 효소가 술을 처리하는 것보다 훨씬 몸에 안 좋고 알콜성 간염 등을 일으키기 쉽다. 특히 여자는 술을 위에서 처리하는 능력이 남자의 20~25%밖에 안 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 100세인 라이프 스타일 (72명 조사) ♥
▒ 평균 수면시간 ▒ 9시간 (오전 6시 기상~오후 9시 취침)
▒ 낮잠 ▒ 매일 낮잠:54%, 간혹 낮잠:22%
▒ 음주 ▒ 일주일 2~3회 이상 음주:21%, 술 마신적 없음:77%
▒ 흡연 ▒ 매일 흡연:13%, 담배 핀적 없음:66%
▒ 보약 ▒ 먹은적 없음 :94%
▒ 글자 ▒ 아는 백세인 :13%
▒ 종교 ▒ 가진 백세인 :57%
▒ 평균 자녀수 ▒ 5.7명

생활습관이 음식·운동보다 중요

진리는 평범함 속에 숨어 있을 때가 많다.
장수의 비밀을 캐내기 위해, 우리나라 백세인(百歲人)들을 다면적으로 연구하면서 “백세인들은 과연 무엇이 특별한가”라는 질문을 언제나 머릿속에 떠올렸다. 연구진은 DNA를 중심으로 유전자 검사, 혈액학적·생화학적 특성 분석, 식습관, 성격, 사회적 관계 등 장수와 관련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다양한 범주를 조사·연구했다. 그러나 백세인들에게는 ‘특별한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 요소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의 일상생활이 매우 규칙적이고 단순한 삶을 즐겁게 향유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뚜렷하게 드러났다. 이는 무슨 음식을 먹고 무슨 운동을 하느냐는 것보다 규칙적인 생활 습관이 장수에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백세인들은 기상시간·나들이 시간·노동시간·식사시간·휴식시간·취침시간 등 하루 일과가 ‘시계’였을 뿐만 아니라, 음식 섭취량·기호식품 등에 대해서도 먹는 양과 방법이 극히 규칙적이었다. 노동도 습관처럼 규칙적인 삶의 일부였다. 매일 풀을 뽑았다는 100세 할아버지는 비가 오면 방 안에서 풀 뽑는 흉내를 낼 만큼 평생 하던 일을 반복하고 있었다. 거동이 힘든 백세인들은 바깥에서 일을 하는 대신 바구니 등을 만들며 평생 해온 노동 습관을 이어갔다. 스스로 개발한 체조를 50년 이상 매일 한다는 할아버지는 건강의 비결을 ‘규칙적인 운동’에서 찾았다.
 
이러한 삶의 규칙성은 생명체의 본질적 리듬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여겨진다. 태양의 주기·사계절의 변화·조석 간만의 차이·낮과 밤의 리듬 등은 생명체에 리듬의 변조를 유발하는 외적 인자로 작용할 수 있다. 반면 생명체에선 생체를 구성하는 최소 단위인 원자의 진자 운동과 생체 고분자들의 진동성 운동, 심장 박동과 호흡 운동 등의 규칙적인 활동이 벌어지고 있다.
 
생체의 경우 이러한 리듬이 파괴되면 고통이 수반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날짜 변경선을 넘는 해외여행이나 야근 등으로 인해 일일 변동리듬(Circadian rhythm)이 깨지는 경우다. 아무리 유명한 운동선수라도 시차를 극복하지 못하면 쉽게 지치고, 그의 신체적·정신적 효율성은 크게 떨어진다. 백세인들은 규칙적인 생활을 통해 생체 리듬이 깨지는 것을 최대한 막았던 것이다. 자연의 리듬과 생체의 리듬을 조율하는 것은 장수의 가장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다.
 

 朴相哲·(서울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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